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클레이하우스, 2022.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니 더 보탤 말은 없는 책. 정돈되고 절제되고 따뜻하다. 책꼽문 많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무례한 일터를 뛰쳐나와 스스로 무례하지 않은 일터를 만드는 이가 되는, 잔잔하지만 끊이지 않는 흐름이 완성되어 단아하게 모습하고 앉은 뒷 부분에서 한 장면을 택해 남겨 놓아본다. 서점의 바리스타로 일하던 민준씨에게 서점 직원 일자리를 제안하는 말에서....
342-342쪽. 민준 씨가 나를 위해 일해줘 고마운 마음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민준 씨 본인은 민준 씨를 위해 일한다고 여겼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했어요. 그래야 민준 씨 역시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지난 제 경험이 가르쳐준 건 이 정도예요. '나는 남을 위해 일을 하는 순간에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 나를 위해 일을 하니 대충대충 하면 안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일을 하는 순간에도, 일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일을 하는 삶이 만족스럽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면, 하루하루 무의미하고 고통스럽기만 하다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 민준 씨는 휴남동 서점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나요? 혹시, 민준 씨를 잃어버린 채 일하고 있지는 않나요? 나는 이게 조금 걱정이에요.
제가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가 짐작이 가지요? 제가 저 자신을 잃어버린 채 일을 했던 장본인이라서 그래요. 건강하게 일하지 못했던 과거가 저는 많이 후회돼요. 저는 일을 계단 같은 것으로 생각했어요. 제일 꼭대기에 도달하기 위해 밟고 올라가는 계단. 하지만 실제 일은 밥 같은 거였어요. 매일 먹는 밥. 내 몸과 마음과 정신과 영혼에 영향을 끼치는 밥요. 세상에는 허겁지겁 먹는 밥이 있고 마음을 다해 정성스레 먹는 밥이 있어요. 나는 이제 소박한 밥을 정성스레 먹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를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