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와 손녀 그리고 나, 정경위, 북크로스비, 2020

빨간차무다리아줌 2020. 10. 20. 20:41

칠순을 넘긴 노교수의 글이라 믿기지 않게 순박하고 욕심 없는 글이다. 생로병사도 빗겨가는 멋지고 근심없는 세계를 살듯한 이의 여행과 일상이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아 친근감이 들다가도 그가 가진 경험치가 상상을 초월해 있음을 깨닫고 적잖게 놀란다. 우리 이야기만 길게 들어주던 분이 이번엔 당신 이야기를 들려 주신 것 같아 멈추지 않고 한 번에 다 읽었다. 소소하게 글을 내었으니 다음은 더 넓은 세계 이야기도 들려주시길. 

 

'죽음만 바라보며 씁쓸히 생을 정리해야 하는 나이에 건강을 제외한 모든 개별화가 평준화된 나이가 몹씨 씁쓸했었는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선생님 글 183쪽의 문장. 씁쓸하고도 또 몹시 씁쓸하신가보다. 손녀와의 이별과 동생분과의 좀더 긴 이별이 아프지만 슬픔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아니 슬픔이 한계를 넘었을 것이다. 구 신부님도 그러셨고 우리 형제들도 아버지 돌아가실 때 그랬다. 슬픈 감정이 넘치면 표현이 모자라고 오작동을 한다. 그 감정과 싸워 누르느라 진이 빠지는 것이다. 그러다 아주 작은 불편도 참아지지 않아 화가난다.  그 마음에 케잌 한 조각이라도 차와 함께 내드리고 싶었다.  

 

그나저나 편집을 누가 한 건지 교열 교정은 열심히 본 거겠지? 누가 읽으러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잠시 투정을 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