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오직 마음이 당길 뿐인 활

빨간차무다리아줌 2021. 7. 29. 22:35

아침부터 땀이 흐르고 햇살이 찌르고 밖의 공사 소리가 창문을 뚫고 시끄럽다. 귀에 버즈를 꼽고 더 크게 음악을 튼다.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 음악을 들으며 일을 본다. 문득 잠이 깬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고 정신이 몽롱해진다. 허벅지를 얇게 기른 손톱으로 꼬집어 본다. 엄마도 오늘 약타러 오기로 했다가 날도 뜨겁고 또 코로나가 시끄럽게 한다며 서울 올라올 약속을 미뤘다. 하늘도서관을 다녀오며 빌린 다섯권의 책을 펼쳐보리라 마음 먹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단편집에 영감을 받았다고 해서 빌려 읽은 헤밍웨이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을 반납해야 하는 날이란 걸 알았다. 해설 부분을 부랴부랴 읽다보니 해가 저물었다. 그래 여름 밤의 산책 좋겠다 싶었다. 나가봐야지 하고 보니 한 달을 쌓아 놓은 쓰레기들이 꼬깃꼬깃 쌓여 있다.  두 사람 들락날락하는 작업실에 쓰레기는 왜 그리 많은지. 내일 아침 또 이 자잘한 일들을 해야지 해야지 하고 고민만 할 것을 생각하니 하긴 해야겠는데 얼마 남지도 않은 하루의 마지막 시간을 또 밍기적 거리다 생뚱맞게 KBS 다큐 <활>이란 것을 본다. 요즘 한창 말 많은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금메달을 따 관심이 간 이유도 있지만 아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양궁 선수 생활을 한 이유가 크다.  예천이고 광주고 청주고 양궁경기 좇아 다니며 보고 아들이 하는 운동이라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이 책 저 책 양궁 관련된 책이면 열심히 읽던 습관이 남았달까. 오랜만에 티비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아들과 같은 표정이 보이는데 맞아, 우리 아들이 몇년의 시간 동안 배운 것이 저것이겠구나 싶어 존경심이 든다. 그리고 나를 반성했다. 여름 밤을 걸어서 책을 반납하고 공사소리도 잦고 그래도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밤을 호흡해 보았다. 엄마로서 잔소리의 질을 업그레이드 해야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해야겠다. 말이라도. 다큐 <활>에서 소개한 역사 속의 인물 이옥과 금메달리스트 장혜진의 말을 캡처 해 본다. 우연하게도 오늘 반납한 헤밍웨이에서도 눈길이 가는 말이 있었다. "Grace under press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