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희망, 김기림 - 갈릴레오가 잊어버린 또 하나 별의 이름(김기림 시선), 깊은샘, 1992.에서
빨간차무다리아줌
2022. 5. 13. 18:01
희망
- 김기림
희망 ---
갈릴레오가 잊어버린
또하나
별의 일흠
숨이 가뿐 봄밤
젊은이 꿈속에 즐겨뜨는
기이한 버릇을 한 별아
오늘밤도
네 인력의 한계를 스치어
자조 삐뚤어지는
서투룬 포물선들
온갖 회오리바람과 유혹과 협박에 휩쓸려
시달리는 운명 우에
희미하게 걸리는
원광
아-- 나는 오늘
차디찬 운성의 무덕을 디디고
나의 항성 나의 희망
가장 멀면서도 가장 가까운 데가 있다.
스캔 떠 둔 김기림 시집을 읽다가 바로 이 시 아래서 결혼하기 전 아마도 25년은 넘었을 메모를 발굴하듯 발견했다. 서로가 20대 젊은 시간을 보내던 9월의 어느 일요일이었다. 공원에 불던 바람이 오랜 시간을 뜷고 느껴진다. 파란 저녁이었다.
'---는 말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마치, 외진 그늘의 앙상한 나뭇가지에 메달린 거미줄에 걸린 거미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그래서 더 큰 어떤 존재에 발견되지 않아 조용한 것처럼 느낄 뿐, 언제 어떻게 떨어져 부서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우리는 이 세상이 정말 먼지보다도 작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세상이란 정말 부서지기 쉽고 그 가운데 인간처럼 불안하고 특이한 생물은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겨울이 찾아 오고 있다. 모든 것이 잠들기 시작하는 계절, 그 속에 피어난 얘기 꽃과 머리 속의 생각들...'
4월을 보내고 5월을 맞으며, 봄을 기억하듯 완성한 그림에 이 시를 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