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당신에게 말걸기, 나호열

빨간차무다리아줌 2020. 12. 22. 19:53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미연씨, 미연씨에게 김수영 시인의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로 마음아픈 하소연을 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실무>라는 책에서 "그곳이 어디든 점점 좋은 쪽으로 달라진다면 잘 된 거지. 그곳에 꼭 내가 있어야할 필요도 없고, 없어서 아쉬울 일도 아니다"는 글을 읽고 맞아, 굳이 내가 필요 없다는데 관심좀 가져달라고 애걸하기도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은가 싶어졌다. 형숙 언니 말대로 치매예방 차원으로 좋은 공부를 했지 하며 편하게 생각하자고 그렇게 살자고 왜 굳이 또 나를 부수려고 하느냐고 나를 나무랐다. 이렇게 반복되는 욕망의 고리에서 그렇게 벗어나려고 애를 써놓고 어김없이 그 고리에 걸려든 줄도 모르고 있었다. 미연씨가 조용히 나호열 시인의 '당신에게 말걸기'라는 시를 건넨다.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화난 꽃도 없다

 

향기는 향기대로

모양새는 모양새대로

 

다, 예쁜 꽃

 

허리 굽히고

무릎도 꿇고

흙 속에 마음을 묻은

 

다, 예쁜 꽃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네게로 다가간다

 

당신은 

참, 예쁜 꽃

 

이렇게 예쁜 마음과 예쁜 글이 다 있담. 이런 단어들이 마음 속에 도란도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못난 꽃은 없다'고 믿고 싶어졌다. '화난 꽃도 없다'고 믿고 싶어졌다. 굳이 다가가서 '당신은 참, 예쁜 꽃'이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못난 꽃은 있고 꽃도 화가 날 수 있다. 그래도 예쁘다고 말해주는 존재가 있긴 있구나. '예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예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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