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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안녕이 최상의 법입니다,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에서

그냥 오늘은 이 말을 올리고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싶은데, 그런 일은 아무 부끄럼도 없이 일어난다. 내가 대신 부끄러워 하는 시늉이라도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달려드는 세상이 된 것 같다.돌처럼 가만히 있기만 해도 행복했는데... 무지막지하게 뽑아서는 호수에 던져버리는 난폭함에 질려버리겠다. Salus pulica suprema lex esto(공공의 안녕이 최상의 법입니다)이 로마법의 법률 격언은 화자가 어디에 강조점을 찍느냐에 따라 조금씩 변형되어 사용되었습니다. 키케로는 때론 "국가(공화국)의 안녕이 최상의 법이다Salus rei publicae suprema lex esto"라고 했다가 때론 "국민의 안정이 최상의 법이다 Salus populi suprema lex esto."라고 하..

일상다반사 2025.03.10

봉사는 자연스러운 생계유지 방법이 아니다, <<무깟디마:이슬람 역사와 문명에 대한 기록>>,이븐 칼둔, 김정아 역,2020.

작년 어버이 날 아들래미가 > 전집을 선물로 던져줘 10월인가부터 읽기 시작했다. 내가 아들에게 도서관에서 이렇게 긴 내용인데 빌려가는 사람이 많다 하고 때마침 영화도 나오고 그래서였던 것 같다. 읽기 시작하긴 했는데 이거저거 봐야할 다른 책도 많아서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는데 올 여름, 아들이 군대를 가고 나니 허전한 마음에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다.  1권을 겨우 다 읽고 나니 인물 이름이랑 행성 이름이랑 등등이 익숙해졌다. 그제야 듄을 해설해 주는 유튜브 영상이 눈에 들어왔고 무슨 얘길 하는지 알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한 동영상에서 자신이 참고하고 있는 책을 소개해 주는데 >라는 생경한 제목이 있길래 어머, 이런 책도 번역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네 싶어 도서관에 검색해 보았더니 와, 있다. 그런..

일상다반사 2024.11.20

칼같은 글쓰기 : 프레데릭 이브 자네와의 대담, 아니 에르노 지음, 최애영 옮김, 문학동네, 2005.

얼결에 글을 쓰고 있는 나. 틈틈이 더 공부해야 한다. 스완 모튼 10A 칼날 메스로 날 오려 내는 듯한 아니 에르노!6-7. 표면적으로 그녀의 책은 투명해보인다. 그러나 그 속에는 과정의 어려움과 해독의 난맥이 조금도 생략되지 않은 채, 이야기의 흐름 자체 속에서 환기되고 은연중에 현재(現在)하고 있다. 나는 은유 없는, '효과'를 추구하지 않는 그녀의 문장을 좋아한다. 그녀의 문장들은 서로 부딪치는 부싯돌의 날카로움으로 살아 있는 살점을 생으로 도려내고 살갗을 벗겨낸다.8. 나는 극점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쥘 베른의 아트라스 선장처럼 남들이 뭐라 하든 우회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안일해지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물..

일상다반사 2024.09.04

<인류 최고의 생각>, 나의 작은 철학, 장춘익, 곰출판, 2024.

22-23쪽.인류가 이제까지 내놓은 생각 중 최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좀 황당한 질문이리라.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의 지동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 취향에 따라 어떤 것을 떠올리든 어느 것 하나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나에게도 내 취향대로의 받이 있다. "모든 인간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이 얼마나 대단한 발상인가. 나는 이것이 인류가 이제껏 내놓은 생각 중에 인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기발하고 기특하며 아름다운 생각이라고 여긴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어떻게 인종과 성별, 나이, 힘의 세기, 지능이 다 다른데 인간이 인간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발상을 했을까?..

2024.08.28

<기억의 초상>, <<충분하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유고 시집, 문학과지성사, 2016.

기억의 초상 모든 것이 그런대로 잘 들어맞는다. 둥그런 두상, 얼굴의 윤곽, 키, 그리고 실루엣.하지만 그 사람과 닮지 않았다. 자세가 이게 아니었던가?색채의 배합이 잘못되었나?마치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포즈였나?양손에 뭔가를 들고 있다면 어떨까? 그의 책? 혹은 누군가에게 빌려온 책을?지도를? 망원경을? 낚싯대를?뭔가 다르 옷을 입혀야 하는 게 아닐까?1939년 9월의 군복을/ 아니면 수용소의 줄무늬 죄수복을?그때 그 시절의 옷장에서 꺼낸 바람막이 점퍼를?아님 --- 마치 반대편 해변으로 헤엄치는 중인 것처럼 --그의 발목까지, 무릎까지, 허리까지, 목까지 물에 잠겨 있다면? 알몸으로?그의 뒤에 배경을 그려 넣는다면?미처 제초를 못한 푸른 풀밭을?덤불을? 자작나무 숲을? 구름이 가득한 수려한 하..

2024.08.28

<<노동과 미학>>, 윌리엄 모리스 지음, 서의윤 옮김, 좁쌀한알, 2018 에서

189쪽 옮긴이 해제에 의하면, 윌리엄 모리스는 영국 사람으로 시인, 판타지 소설의 원조인 로맨스 작가, 화가, 디자이너, 예술평론가, 최초의 디자인 회사들 중 하나인 모리스 회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한자본가, 사회주의 선동가이자 조직가라 한다.  대학도서관에 최근에 배운 마블링에 관한 책이 있길래 빌리러 갔다가 역시 예술제본을 배우고 있다보니 집어들게된 >. 2007년 출판된 이 책 서문에 "지난해 한길사의 김언호 사장이 켐스콧 프레스의 전 작품 53종 66권을 일거에 입수한 쾌거를 이루고, 이어 '윌리엄 모리스, 책으로 펼치는 유토피아'전시를 연다는 소식이 들려왓다. 모리스가 만든 책은 이 땅의 애서가들에게 '환상의 책'으로만 여겨져왔다. 그 켐스콧 프레스의 책이, 그것도 전 작품이 지호지간의 헤이리 예..

프레데릭 나브로 선생님과 함께 13세기 프랑스 접이식 제본 수업

5월 25일 (토) - 26일(일) 드디어 고대하던 프레데릭 나브로 선생님과 마리안 피터(마블링) 선생님을 만나 13세기부터 15세기경까지 만들어 사용되던 "박쥐 책(Bat book)"이란 것을 만들었다. 책보수 수업이라고만 전해들어서 뭘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미리 자료를 보내주었지만 이걸로 무엇을 하게되는 건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프레데릭 나브로 선생님이 보내주신 자료 번역 ----보존학예사, 자료 — 박쥐 책(배트 북)수사본 보존 책임을 맡고 있는 알렉상드르 튀르는 최근 박쥐 책에 대하여 온라인 컨퍼런스를 열었다. 박쥐 책이란 여러 겹 접은 양피지로 만들어진 책으로, 놀라운 기법을 보여준다. 크로니크지에 의하면, 그가 소개하고 있는 이 중세 시대의 책은 현재 세상에 몇 권 남아있지 않다...

일상다반사 2024.06.02

두 번은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아침에 류근 시인이 소개한 시, 책장에서 시집을 꺼내 옮겨 본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더라? 꽃인가, 아님 돌인가? 야속한 시간,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일상다반사 2024.04.05

바깥 일기, 아니 에르노, 정혜용 옮김, 열린책들, 2023.

내가 북토크를 한다는 상상을 해 보았다. 전엔 딱히 북토크라기보다 브르통을 공부하면서 알게된 초현실적 유희... 그런 걸 흉내 내보고 싶었다. 유명하고 멋진 작가가 아니더라도 혼자가 아닌 둘, 혹은 셋이서 어쩌면 네, 다섯이서 같이 놀아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면서. 멋 모르는 꼬마 아이들이랑 해볼 수도 있을 텐데. 아니, 오히려 애들은 재미 없어 할려나. MBTI 성격 유형 INFP인 나는 '나'에 대하여 한참을 들여다 보고 살았다. 그래서인지 아니 에르노의 라는 제목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9쪽 내가 장면에 끼어들거나 각 텍스트의 기원에 있는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가능한 한 피했다. 오히려 사진을 찍듯 실재를 기술하는 글쓰기를 실천하려고 애를 썼는데, 그러면 그 안에서 마주친 존재들은 그들의 불투명성..

일상다반사 2024.03.27

꽉 잠긴 존재 : 정서적 지배가 계속될 때

>(2014)라는 제목의 책 3장 내용 번역이다. > 213쪽에 꼭지에 참고한 것.  3장 꽉 잠긴 존재 : 정서적 지배가 계속될 때“나는 그가 그와 관련된 일들을 이야기하는 내내 보인 분명하고 개방적인 모습에 놀랐다. 하지만 자기 얘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M.Khan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가용물이 된다는 것, 여기 이해하기 힘든 진실이 있다. 오랫동안, 근친상간이나 학대를 겪은 환자들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그런 일을 당할 만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을 말하면 그들은 가족 또는 친척에게 가용물 역할이었다. 그들에게 일어난 발작, 병증, 좌절, 중독, 사고, 식욕부진, 헛헛증, 광증, 자살 등은 매번 다른 사람 혹은 가족들로 하여 조용하고 쉽게, 겉보기엔 안정적으로 조작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