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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하는 여인(La Vagabonde)>,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이지순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2013.

2026년 프랑스 예술제본 비엔날레 주제 책이다. 이제 겨우 속지를 뜯었다. 삽화를 챕터 앞에 붙여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가야할지 정하질 않아서 손톱 끝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상화님 말이, "먼저 책을 읽어야죠!" ... 그래서 읽었다. 188쪽. 결혼이란 대부분의 남편들이 자신의 아내를 간호사로 만들어버리는 일종의 노예화인 거죠. 결혼한다는 것, 그것은...말하자면 남편이 먹어야 할 돼지갈비가 너무 타지 않았는지 생수가 너무 차갑지는 않은지 와이셔츠의 풀을 잘못 먹인 건 아닌지 칼라가 너무 후줄근한 건 아닌지 목욕물이 너무 뜨겁진 않은지 늘 긴장하며 사는 것이지요. 그러다 결국 탐욕, 인색함, 게으름, 그런 남자의 괴상한 성격 사이에서 완충제 역할을 하느라 지치겠지요.나혜석의 >인가 싶었..

2026.01.05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이창실 옮김, 문학동네, 2016.

'>은 무엇보다 책을 고독의 피신처로 삼는 주인공 한탸의 독백을 통한, 책에 바치는 오마주다.' 11월 말 이라는 전시에 참여한 뒤여서인지 완전 몰입해 읽었다. 파괴 스캔 작업에서 시작해, 어린이 도서관 대출 사서, 일반실 배가, 책수선 경험에 예술제본, 또 글도 써보면서 책과 정을 쌓아서인지도 모르겠다. 12쪽. 고상한 정신의 소유자가 반드시 신사이거나 살인자일 필요는 없다는 헤겔의 생각에 나 역시 동의하기 때문이다. 나라면, 내가 글을 쓸 줄 안다면, 사람들의 지극한 불행과 지극한 행복에 대한 책을 쓰겠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책에서 배워 안다.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것도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고라는 행위 자체가 상식과 충돌하기 때문이..

2025.12.29

책 청소

요즘, 수다 떨 사람 아니면 웬만하면 톡을 하던가 메시지를 하지 전화는 하지 않는데, 어쩌다 전화할 일이 있어 준비하다가 밖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기계 소리 때문에 결국 하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딴짓으로...!프랑스식 반양장으로 제본된 책을 집어 들었다. 정말 오래전 학생 신분에 거금 들여 산 책이었다. 다 읽지는 않고 달랑 사진 한 장 보고 생시르라포피라는 곳을 찾아갔었지. 때가 잔뜩 묻은 책표지 닦아야겠다 싶어 보니 코팅이 안 되어 있고, 지우개로 지우긴 조심스러운 마음에 전문 장비를 꺼냈다. Document Cleaning Pad, 결국 지우개 가루 든 오재미 주머닌데 수입이라 아줌마가 덜컥 사긴 쉽지 않았지만 난, 그래도, 책 고치는 사람이야, 하고 준비한. 이렇게 청소를 해주고 뜯어서 다시 튼튼..

일상다반사 2025.09.18

Fritz Lang 감독 1937년 영화 <You only live once(단 하나뿐인 삶)>

라는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알던 프리츠 랑 감독의 영화 . 제목이 얼마 전까지도 많이 들리던 말 YOLO다.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때가 아니었으니 꽤 오래 전에 구입한 DVD다. 인터넷에 '욜로'를 물으니, '한 번 사는 인생을 즐기자'는 뜻이라 풀어준다. 그런데 DVD 케이스 뒷면에는 이렇게 써있다.사형집행을 앞둔 사형수 테일러의 눈을 통해 본 현실사회에서의 범죄 전과자들에 대한 냉대를 비판한 작품.줄거리는 또 이렇다.테일러는 감옥에서 가출옥 하여 관선 변호인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애인 에디와 결혼하여 단란한 가정을 꾸미며 살아가지만 집 주인은 테일러가 전과자인 관계로 내치고 만다. 그는 택시기사로 일하지만 직장에서도 전과자로 낙인 찍혀 이유없이 해고되고 사회의 냉대에 대한 반항심을 갖게 된..

일상다반사 2025.08.21

공공의 안녕이 최상의 법입니다,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에서

그냥 오늘은 이 말을 올리고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싶은데, 그런 일은 아무 부끄럼도 없이 일어난다. 내가 대신 부끄러워 하는 시늉이라도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달려드는 세상이 된 것 같다.돌처럼 가만히 있기만 해도 행복했는데... 무지막지하게 뽑아서는 호수에 던져버리는 난폭함에 질려버리겠다. Salus pulica suprema lex esto(공공의 안녕이 최상의 법입니다)이 로마법의 법률 격언은 화자가 어디에 강조점을 찍느냐에 따라 조금씩 변형되어 사용되었습니다. 키케로는 때론 "국가(공화국)의 안녕이 최상의 법이다Salus rei publicae suprema lex esto"라고 했다가 때론 "국민의 안정이 최상의 법이다 Salus populi suprema lex esto."라고 하..

일상다반사 2025.03.10

봉사는 자연스러운 생계유지 방법이 아니다, <<무깟디마:이슬람 역사와 문명에 대한 기록>>,이븐 칼둔, 김정아 역,2020.

작년 어버이 날 아들래미가 > 전집을 선물로 던져줘 10월인가부터 읽기 시작했다. 내가 아들에게 도서관에서 이렇게 긴 내용인데 빌려가는 사람이 많다 하고 때마침 영화도 나오고 그래서였던 것 같다. 읽기 시작하긴 했는데 이거저거 봐야할 다른 책도 많아서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는데 올 여름, 아들이 군대를 가고 나니 허전한 마음에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다.  1권을 겨우 다 읽고 나니 인물 이름이랑 행성 이름이랑 등등이 익숙해졌다. 그제야 듄을 해설해 주는 유튜브 영상이 눈에 들어왔고 무슨 얘길 하는지 알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한 동영상에서 자신이 참고하고 있는 책을 소개해 주는데 >라는 생경한 제목이 있길래 어머, 이런 책도 번역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네 싶어 도서관에 검색해 보았더니 와, 있다. 그런..

일상다반사 2024.11.20

칼같은 글쓰기 : 프레데릭 이브 자네와의 대담, 아니 에르노 지음, 최애영 옮김, 문학동네, 2005.

얼결에 글을 쓰고 있는 나. 틈틈이 더 공부해야 한다. 스완 모튼 10A 칼날 메스로 날 오려 내는 듯한 아니 에르노!6-7. 표면적으로 그녀의 책은 투명해보인다. 그러나 그 속에는 과정의 어려움과 해독의 난맥이 조금도 생략되지 않은 채, 이야기의 흐름 자체 속에서 환기되고 은연중에 현재(現在)하고 있다. 나는 은유 없는, '효과'를 추구하지 않는 그녀의 문장을 좋아한다. 그녀의 문장들은 서로 부딪치는 부싯돌의 날카로움으로 살아 있는 살점을 생으로 도려내고 살갗을 벗겨낸다.8. 나는 극점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쥘 베른의 아트라스 선장처럼 남들이 뭐라 하든 우회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안일해지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물..

일상다반사 2024.09.04

<인류 최고의 생각>, 나의 작은 철학, 장춘익, 곰출판, 2024.

22-23쪽.인류가 이제까지 내놓은 생각 중 최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좀 황당한 질문이리라.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의 지동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 취향에 따라 어떤 것을 떠올리든 어느 것 하나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나에게도 내 취향대로의 받이 있다. "모든 인간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이 얼마나 대단한 발상인가. 나는 이것이 인류가 이제껏 내놓은 생각 중에 인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기발하고 기특하며 아름다운 생각이라고 여긴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어떻게 인종과 성별, 나이, 힘의 세기, 지능이 다 다른데 인간이 인간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발상을 했을까?..

2024.08.28

<기억의 초상>, <<충분하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유고 시집, 문학과지성사, 2016.

기억의 초상 모든 것이 그런대로 잘 들어맞는다. 둥그런 두상, 얼굴의 윤곽, 키, 그리고 실루엣.하지만 그 사람과 닮지 않았다. 자세가 이게 아니었던가?색채의 배합이 잘못되었나?마치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포즈였나?양손에 뭔가를 들고 있다면 어떨까? 그의 책? 혹은 누군가에게 빌려온 책을?지도를? 망원경을? 낚싯대를?뭔가 다르 옷을 입혀야 하는 게 아닐까?1939년 9월의 군복을/ 아니면 수용소의 줄무늬 죄수복을?그때 그 시절의 옷장에서 꺼낸 바람막이 점퍼를?아님 --- 마치 반대편 해변으로 헤엄치는 중인 것처럼 --그의 발목까지, 무릎까지, 허리까지, 목까지 물에 잠겨 있다면? 알몸으로?그의 뒤에 배경을 그려 넣는다면?미처 제초를 못한 푸른 풀밭을?덤불을? 자작나무 숲을? 구름이 가득한 수려한 하..

202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