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쉬샐러드 13

그 때가 되면 나는

알라딘에서 알려주길, 내가 그들의 프리미엄 고객이고, 가장 많이 구입한 책은 박완서 것이라 한다. 그래 생각해 보니 내가 헌책방에 내다 판 책들도 박완서 것이 많았고 또다시 구입해 읽은 책도 박완서 것이 많았다. 글을 정리하고 있다. 어찌하다 보니 티스토리도 하고 브런치스토리도 하게 되었다. 브런치스토리에 올리지 못한 글은 티스토리에 올려 볼까 한다. 박완서, , , 문학동네, 2014에서. 를 읽고 언제나 그렇듯이 영화, 음악하고 짬뽕이다. 영화는 201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 곁들여 바하 칸타타 106번 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 나는 착하다, 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다. 나도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고 그렇게 살려 했다. 나이가 들었다는 건 어쩌면, 이번엔 내가 누군가에게, ‘착하다..

래디쉬샐러드 2023.08.29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아이가 찍어 준 봄밤의 사진을 유화 물감으로 그려 보았다. 봄이 빨리 왔으면 하는 기대와 얼른 무언가를 마무리 지었으면 하는 조바심과 무심히 서둘러 지나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묻었다. 그리 춥지 않은 겨울이었다. 또 편해지려고만 하지 않을까 경계한다. 개천을 흐르는 물 위로 반짝이는 윤슬과 그 위를 타고 다가 오는 햇볕에도 기뻤다. 그거면 되었지. 그렇게 살아가면 되겠지.

래디쉬샐러드 2022.02.04

초콜릿을 먹지 못한 건 사랑이야

*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그것은 하나의 우연이었던 것에서 내가 다른 것을 끄집어내겠다는 걸 말하기 위함입니다. 우연으로부터 내가 지속성, 끈덕짐, 약속, 충실성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입니다. (A. 바디우, 『사랑예찬』에서) 벌써 설 선물세트가 서 있네. 전쟁이라도 치르려나 일사불란한 모습이 결연하다. 돌아 들어가니 초콜릿이 포탄처럼 쌓였다. 젊은 사람들은 세뱃돈을 받아 초콜릿을 살 것이다. 체온 체크를 하고 손 세정제를 바르고 카트 대신 가지고 간 장바구니에 오리고기도 담고 콜라비도 담고 간장, 식초, 식용유를 담아 전투적으로 걸어 나가다가 나도 모르게 덜컥 초콜릿 하나를 집어 들었다. “윽!” 엉겁결에 왼손으로 옮긴 장바구니 무게를 견디지 못한 팔뚝이 비틀린..

래디쉬샐러드 2021.11.11

In un'altra vita(또 다른 삶에서)

https://youtu.be/SFUl4PY_RXA in un’altra vita (또 다른 삶에서) 무덤에 갈 때 이사 차를 불러주시오. (앙드레 브르통) 여자들이 군대 얘기를 싫어하고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는 더욱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TV를 볼 때 나는 경연 프로그램이 싫다. 더군다나 노래 경연이라면 채널을 바로 바꿔버린다. 좋은 노래를 가지고 경쟁을 하는 긴장감은 견디기 힘든 잡음일 뿐이다. 하루하루 사는 스트레스도 버거운데 음악마저 날 긴장시킨다면 어디로 피해 가 있으란 말이냐. 음악 듣는 것이 요즘은 얼마나 편한가. 듣고 싶은 곡이 있으면 복권 당첨 바라는 심정으로 엽서를 쓰거나 아니면 라디오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려 녹음해야 했던 때도 있었다. DJ가 음악을 먼저 틀고 곡 소개에 멋을 부..

래디쉬샐러드 2021.11.06

꽃이 피지 않는 목련의 운명

그 집에서 여섯 해가 지나는 동안 나무는 꽃을 피우지 않았다. 1960년대 지어졌다는 집은 빛이 잘 들지 않아 2층에 마련된 경당이 더욱 동굴 같았다. 빛을 향한 의지로 가득 차 서 있는 나무는 동화 《재크와 콩나무》의 콩나무 같이 키가 크고 잎이 무성했다. 2층 난간에서 올려다보면 털이 보송보송한 나무의 겨울 눈을 볼 수 있었다.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이를 보며 “목련 꽃이 피면 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 나무가 목련임을 알았다. 봄을 거듭 지났다. 앙상한 가지에 달린 털복숭이들은 꽃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묻고 검색해봐도 도대체 목련 나무에 꽃이 왜 피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조금 더 통통하게 매달린 녀석을 발견하면 언젠가 필 수도 있으리라는 바람이 생기곤 하였다. 목련 나무가 자라..

래디쉬샐러드 2021.06.06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할 이유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할 이유 겨우 이틀 전 초를 불고 소원을 빌며 스무 살 생일을 맞은 아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성인이니 무엇이든 자유라고 당당히 문자 한 통만 남긴 채. 크게 일탈하는 성질도 아니니 기껏 술을 먹거나 게임을 하거나 늦도록 돌아다니거나 할 터이다. 그런데 아이가 밤에 집에 들어와 잠들지 않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나도 모르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생소해서 나는 이유 없이 화가 났다.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아이가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밤은 지나가고 새벽은 오고 해가 떴다. 어떻게 잤는지 모르게 맞는 아침이라 머리가 무거웠다. 어머니는 손주가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모르고 지난 밤 내놓은 부럼을 왜들 까먹지 않았느냐고 하시는데 속이 시끄럽던 나는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

래디쉬샐러드 2021.05.15

브룩클린 공원에서

'참 난 안전히 집에서만 지내니 걱정 마시고요' 뉴욕에 사는 동생은 늘 아무렇지도 않다고 연락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Crazy!'라고 걱정. 뉴욕에서도 사람들은 꽃을 기다리고 있겠지? 지난 주 금요일 50+학교에서 배우길, 뉴욕은 걸어서 10분 정도면 이 공원에서 저 공원으로 산책해 갈 수 있을 정도로 크고 잘 되어 있는 공원이 많다고 한다. 나는 그래서 부천의 숲속도서관이 맘에 들었었나 보다. 중앙공원에 있어서 엄마들도 유모차끌고 아이랑 함께 잠시 들러 가기도 하는 그곳 분위기가 그냥 좋았다. 하루 만원 교통비도 준다기에 봉사일을 흔쾌히 받았다. 코로나도 진정되고, 미국 사람들도 지난 번 방문 때 정도로만 좀 차분해진다면 뉴욕에 가서 동생이랑 엄마랑 만두, 김밥, 떡볶이도 해먹고 도서관과 공원들..

래디쉬샐러드 202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