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5

<<노동과 미학>>, 윌리엄 모리스 지음, 서의윤 옮김, 좁쌀한알, 2018 에서

189쪽 옮긴이 해제에 의하면, 윌리엄 모리스는 영국 사람으로 시인, 판타지 소설의 원조인 로맨스 작가, 화가, 디자이너, 예술평론가, 최초의 디자인 회사들 중 하나인 모리스 회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한자본가, 사회주의 선동가이자 조직가라 한다.  대학도서관에 최근에 배운 마블링에 관한 책이 있길래 빌리러 갔다가 역시 예술제본을 배우고 있다보니 집어들게된 >. 2007년 출판된 이 책 서문에 "지난해 한길사의 김언호 사장이 켐스콧 프레스의 전 작품 53종 66권을 일거에 입수한 쾌거를 이루고, 이어 '윌리엄 모리스, 책으로 펼치는 유토피아'전시를 연다는 소식이 들려왓다. 모리스가 만든 책은 이 땅의 애서가들에게 '환상의 책'으로만 여겨져왔다. 그 켐스콧 프레스의 책이, 그것도 전 작품이 지호지간의 헤이리 예..

묵자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다, 김승석, 북코리아, 2021.에서

78-80쪽 그러면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란 어떤 사회일까요? 제 경험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언젠가 울산박물관에서 묵자에 대한 대중 강의를 했는데, 강연이 끝나고 나이가 지긋한 분이 찾아와서 "묵자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추구했다면 노동자를 위한 사회를 지향했으니 사회주의자입니까?"라고 질문했어요. 저는 순간적으로 왜 보수정당이 문재인 정부를 좌파 정부라고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이런 단순한 논리가 우리 사회에 횡행하고 있지요.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인류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항상 노동은 존재해야 합니다. 노동이 없다면 인류는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고 더 이상 인간은 생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역사학에서는 어느 시대..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정아은, 천년의 상상, 2020.

제목이 정말 딱이었는데, 글에서도 이야기 하듯이 좀 눈치가 보이던 차에 도서관 예약대출 대기가 이어지기에 호기심에 얼른 받아 읽었다. 자신의 적절한 경험을 섞어가며 '젠더의 눈으로 본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을 깨워 여성 문제는 남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정말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다 읽어 나가면서 이 책을 내 동료들 친구들과 엄마, 동생에게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설레였다. 늘 목구멍까지 답답하게 하던 생각들을 이렇게 명쾌하게 뚫어 주다니 감사했다. 맞아 그렇구나 하는 감탄사와 함께 포스트 잇이 잔뜩 붙었는데, 두서없이 몇 군데 발췌해 본다. 53쪽) 가정은 인류에게 남겨진 마지막 공동체가 아닌가. 아이들이 속하게 되는 최초의 집단이며 아마도 최후의 집단이 될 그런 곳이 아닌가. 가족은 다른 누구와..

2021.03.22

시몬 베유 <노동의 신비> 번역(2)

인간이 챗바퀴를 도는 다람쥐임을 알고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는다면 구원이 가까이 있다. 육체노동의 고통이 극심한 것은 그저 존재하기 위해 그토록 오랜 시간을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노예란 그저 존재하기 위해서가 아니면, 그들이 수고하는 목적으로 어떤 이득도 허락되지 않는 이들이다. 노예는 그러므로 초연하거나 무위무책해야 한다. 지상의 그 어떤 궁극의 목적도 노동자들을 신에게서 떼어놓지 못한다. 노동자들만이 그런 위치에 있다. 다른 계급들은 모두 저마다 특수한 목적을 전제하고 이 특수 목적들이 인간과 순수한 선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이런 종류의 방해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에겐 남아서 버려야 할 것이 없다. 득이 되어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 끌려서가 아니라 떠밀려서 - 자신의..

시몬 베유 <노동의 신비> 번역(1)

노동이란 돈을 버는 것이라고 그런 일이 생산적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렇게 바라보니 나의 매일매일의 수고는 그 어느 것도 생산적이지 않았다. 나는 노동자가 아니다... 이런 나의 생각을 전환시켜준 글이 바로 시몬 베유(Simone Weil)의 중 라는 글이었다. 2년이 지나 문득 책을 들춰 같은 부분을 읽어 보았는데 이런 글이었던가 싶어 원문을 찾아 보았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가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번역가들의 노고가 무색하게 뚝뚝 연결이 끊어졌다. 내가 이해해 보자고 이 꼭지를 번역하고 있다. 번역은 반역이라고, 얼핏본 세계와 시간을 들여 보는 세계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 아, 아, 내 머리를 깨뜨리고 싶다. (제사 준비를 앞두고 주기도문을 외듯이 글을 곱씹어 본다.) 노동의 신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