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3쪽.
인류가 이제까지 내놓은 생각 중 최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좀 황당한 질문이리라.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의 지동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 취향에 따라 어떤 것을 떠올리든 어느 것 하나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나에게도 내 취향대로의 받이 있다.
"모든 인간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 얼마나 대단한 발상인가. 나는 이것이 인류가 이제껏 내놓은 생각 중에 인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기발하고 기특하며 아름다운 생각이라고 여긴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어떻게 인종과 성별, 나이, 힘의 세기, 지능이 다 다른데 인간이 인간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발상을 했을까? 분명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평등하지 않은데, 어떻게 모든 인간이 평등해야 한다는 발상을 할 수 있을까? 정말 놀라운 생각 아닌가?
누군가는 사상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회의적일지 모르겠다 현실은 현실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발상이야말로 사상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다. 이러한 생각이 있었기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폭력과 권위적 체제, 불의에 맞서 목숨까지 걸면서 싸울 수 있지 않았겠는가. 생가깅 아니라 경제적 현실이 사람의 행동을 규정한다고 했던 마르크스도 사실은 이와 같은 생각에 이끌려 세계를 해석하는 새로운 틀을 내놓은 것이다. 이 발상보다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인류의 삶을 고귀하게 만든 생각이 또 있을까.
'인간이 평등하다'는 발상이 놀랍다는 나의 말에 여러분이 피식 웃도 만다면 할 수 없다. 어쩌면 이것을 그렇게 놀랍게 여기는 내가 참 놀랍다고(=황당하다고)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러한 발상을 신기해하고 놀라워하고 경탄하기 시작하면 철학이 재미있어진다. 놀라움! 그것은 우리 안의 젊음과 열려 있음의 증거다. 그리고 철학적 재미의 시작이다.
여러분, 자주 감탄하십시오. "오~놀라워라"하고 말이다.
'인간이 평등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0.1초도 안 돼 피식 웃으며 '헛된 믿음'일 뿐이라고 핀잔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반응에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다. 내가 읽은 책들에서는 이렇듯 분명하게 말해주곤 한다. 어떤 철학자가 말했던 것 같다. 철학적 사유의 문제도 믿음의 문제라는...그런. 들뢰즈의 '철학이란 무엇인가'에서 본듯한데. 나는 나대로 ... 믿는 대로 세상이 변화한다는 뜻으로 읽었다. 이런 얘기를 책에서 밖에는 들을 수가 없음으로 오늘도 나는 책으로 위안을 받는가보다. (소요서가에서 발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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