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베리오 토마셀라라는 정신분석학자의 책을 읽게된 계기. 생시르라포피 꼭대기에 있는 중세 성당안에 있던 주보의 기사.
정서적 지배 관계에서 벗어나기
정서적 지배는 언제나 최면을 건다. 포식자는 먹이를 마비시켜서 정신을 어둡게 해 자유의지를 꺽어 분별력을 잃게 한다.
위험. 정서적 지배는 가족, 친구, 직업 또는 애정 관계 속에도 존재할 수 있다. 관계가 감옥이 되어버렸다는 걸 어떻게 간파하고 이로부터 어떻게 벗어날까?
사베리오 토마셀라
정서적 지배 상황은 탈출구 없는 길, 정신과 관계의 막다른 골목이다. 벗겨내지 않으면 정서적 지배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된다. 정서적 지배 형상을 알아 차리기는 어렵다. 더욱이 도착 증세로 나타나면 그 양상이 위장해 숨게 되고 정서적 지배라고 지적을 받는다 해도 지배하는 사람이 이를 거부하거나 매우 세밀한 방법으로 정당화할 것이다. 정서적 지배는 무엇보다 심리적이다. 정신에 흠을 내고 타자의 존재, 삶, 사고를 장악해 지배하고 영향을 주고 조작한다. 목적은 이용하고 즐기고 파괴하는 데 있다. 정서적 지배 관계에서 타인은 인간존재가 아닌 이득, 도구 등 이용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여겨진다. 존중에서 악용으로 넘어가면 모든 것이 비인간화된 형태가 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흔들리고 얽어맨 체 온갖 학대를 하면서 정당화하고 어떡하든 이들을 억압하면서 굴종시킨다.
포식자와 먹이
모든 정서적 지배는 최면과 같이 이루어진다. 거미처럼 거미줄을 쳐놓고서 포식자는 먹이를 잠재운다. 포식자는 먹이를 마비시켜서 정신을 어둡게 하고 자유의지를 꺽어서 분별력을 잃게한다. 이렇게 되면 먹잇감이 된 사람은 동요하고 방황한 채 혼란스러워 더 이상 올바르게 생각하지도 자유롭게 결정을 내리지도 못한다. 타인에 대한 정서적 지배는 해로운 기생상태에 해당한다. 일종의 눈에 보이지 않는 흡혈귀 짓이어서 타인에게서 에너지와 생기, 자기 생각을 빼앗아간다. 타인에 대한 지배는 심리적 통제(사고)뿐만 아니라 육체적 통제(내밀한 관계)와 함께 구축된다.
취약 상황
정서적 지배의 근간은 정신에 대한 지배이다. 감옥에 갇힌 메두사는 간수에 의지하게 된다. 자기 목숨이 그에게 달려있다고 혹은 그가 없다면 자기 사는 게 불가능하다고 믿게되기 때문이다. 정서적 지배 대부분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꽤 오랜 기간 지속된다. 타인에 대한 장악은 매우 점진적이며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사람들을 “열등하게” 생각할수록(직장 또는 사회에서 하급자라 여겨지는 사람들) 또는 실재적 약자들 예를 들면 어린이나 노인 등에게 더 쉽게 일어난다. 또한 가족이 정서적 지배의 시원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어린이는 부모에 의존해 살아간다. 하지만 역시 미묘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상에 나가 휘둘림을 당하고 나서야 알게된다. 아이는 자기 부모가 자신과 타인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세상과 사랑 등에 대해 주장하는 모든 것을 매우 쉽게 믿는다. 부모가 한 모든 말들은 자신의 정신적 실존, 자신의 좌표계, 다시 말해 신념과 가치 범주의 집합을 구축한다. 그는 이를 사용해 타인과함께 하는 인간의 여정을 항해하게 된다. 부모의 의도(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가 아이의 자유를 존중한다면 아이는 자기 자신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우호적인 환경에서 꽃을 피울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에게 특히 권위적인 존재에게 종속되어 앞으로 맺게 될 관계유형들을 결정지을 것이다. 특히 모든 인간 존재에게 있어 더욱 더 중요한 관계라 할 수 있는 감정적 관계가 그렇다.
상처받기 쉬움
중독적인 관계에서 빠져 나오기가 이토록 어렵다면 “감옥에 가두는 이”가 자신의 희생자로 하여금 자기 아니면 나갈 수 없을 것이라거나 심지어 자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상처받기 쉬운 관계를 이용해 종속관계를 만든다. 이처럼 산다는 것은 고독할 수도 있는 위험, 결핍, 유한성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지배 시도, 권력 쟁점에서 빠져 나오길 받아들일 때에만 사랑할 수 있다. 그래야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서적 지배라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은 아니다. 거기서 나올 수 있다. 어떤 형태가 되었든, 얼마나 오래 지속되든. 모두 끝을 낼 수 있다. 비록 너무나 깊이 자리잡고 있는 정신질환일지라도. 게다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정서적 지배를 경험하는데 이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보다 잘 알아내고 보다 나은 확신을 갖고 좀더 자유롭게 발전해 나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베리오 토마셀라
정신분석학자, 니콜라스 아브라함과 마리아 토록 유럽 협회 회원
정서적 지배를 이해하고 빠져나오기 위한 여섯 가지 열쇠
정서적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런 관계에 살고 있음을 알고 그 관계를 푸는 것이다.
1 가족 안에서. 가족은 정서적 지배의 용광로로서 거기서 시작되고 자라서 아이에게 자기 인생을 빚어 나가는 좌표계가 된다. 이를 기준으로 “정상상태”라는 것, 자신의 “정상상태”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정상성이 됨직한 존재와 가치 지표 말이다. 자신에게 복종을 요구하는 체계의 감시로부터 달아나려 하면 할수록 “비정상”이라고, 즉 “환자” 또는 문제가 있다는 비난을 듣기 쉽다.
2 부모. 아이는 부모 중 한 명에게만 정서적 지배를 당하는 게 아니다. 한 명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방관하거나 공모자다.
3 이상화. 이상화는 아주 많은 정서적 지배 형태에 있어 시멘트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해 이상화는 자기 스스로 관계는 아름답고 선하며 풍요롭다고 믿게 한다. 사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는데도 말이다.
4 영향력. 영향력 아래 두게 되면 지배하는 사람으로부터 지배당하는 사람에게 억지 이상화가 이루어진다.
5. 퓨즈. 아이(배우자, 직원)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이 부정하는 것을 표현하면 그룹에 약한 고리로 간주되고 결국 퓨즈 역할을 한다.
6 자기 파멸. 정서적 지배는 타인이 스스로를 파괴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저항이라는 당연한공격성은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 온다.
증언 : 스스로 존재하는 법을 배우다
오레스트는 오랫동안 불행했다. 왜냐하면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의지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 아내, 이 친구 저 친구에게 의지했다. 혼자가 두려워서. “저는 혼자인 걸 참을 수 없어요.” 그가 설명했다. “제가 사라지고 없는 것처럼 느꼈죠. 혼자가 되면 저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 같았어요.” 50년 이상 오레스트는 자유롭지만 때때로 외로운 것보다 누군가에 의존하고 불행하게 사는 걸 선택했다. 이렇듯 외로움에서 달아나곤 하는 기본 태도 때문에 그는 누군가에게 쉽게 정서적으로 지배당했다. 이렇듯 깊이 자리한 태도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행복을 가져오고 그들을 기쁘게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헌신이 지나쳐 자신을 희생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어느 정도는 그가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먼저 자동으로 그의 의견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나만 옳다고 하면 끝나는 거 아냐.” 그는 회상했다. 이 남자가 정서적 지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마주 대하고 스스로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만 한다. 다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로 자신을 정의하지 말아야 한다.
(L’1visible No.50, Saint-Cirq-Lapopie, 2014년 7-8월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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