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은 불가능을 뛰어넘는다 (...)
사랑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가능하지 않아 보이는 일을 이기는 것이다.” (A. Badiou)
소통의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고도화되어 사람들은 여유 있는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만나서 이야기하거나, 듣고 대화하며, 무언가를 나누고, 관계 맺고, 이를 지속하고 심화해 참다운 관계를 맺는 일은 어려워들 하고 있다.
온갖 성적 쾌락이 가능해 보이고 또한 “용인되기도 함”에 따라 그 선정성이 노골화될수록 사랑의 관계는, 완전히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지독한 고난과 고통의 장소가 되어버렸다.
이렇듯 급격하면서도 가공할 역설적 상황에 직면해 무력감을 느끼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중독”(성적집착과 인터넷 중독 등)에 빠져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증가하고 타인과 만나지 못하며 사랑하지도 사랑받지도 못하게 된 이들의 구조 요청이 거세다. 사랑은 우리 존재의 근본이 되는 지표가 아니던가? 이렇게 비인간화는 시작되는가?
의존관계는 무엇보다 소외에 대한 두려움, 결핍에 대한 공포 특히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의 결과로 생긴다. 사랑할 수 없는 것 역시 자신의 두려움, 타인에 대한 공포, 사랑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하므로 이 또한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러한 두려움은 불안, 공포, 공황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의존관계의 이면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양면을 지닌 하나를 한쪽 면과 다른 한쪽 면을 함께 고려하기보다 다른 쪽을 빼고 고려하는 것과 같다. 어쨌든 이런 관점으로는 사랑할 수가 없다는 현상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보기보다 그리 간단치 않은 일인 것이다.
타인을 만나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서적 의존관계라는 거울의 뒷면인 것만은 아니다. 사랑할 수 없다는 것에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측면이 함께 존재한다.
- 하나는 내면적인 것으로, 긍적적인 자아 개념과 삶에서 체험한 행복했던 관계의 내면화와 관련 있다.
- 또 하나는 관계적 측면으로, 현대 문명이 지닌 불안과 그 환상을 가리키는데, 여기엔 가상세계와 개인주의 그리고 소비주의의 자리가 크다.
사람들이 사는 모양은 저마다 특별하다. 따라서 일반화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각각의 경우에 더욱더 가까이 다가가 차근차근 들어보려고 한다. 우리가 만난 이들에겐 저마다 나름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생 시르 라포피에서 우연히 들른 성당 주보에서 알게 된 Saverio Tomasella의 책.
주문해 읽겠다고 생각한 것도 늦고 그걸 읽은 것도 늦고 번역도 늦지만 '나'로 살아 가는데 힘을 준 책.
다시 만난다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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