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장마 개인 날, 이용악 - 해오리 난초

빨간차무다리아줌 2021. 1. 14. 18:05

2020년 긴 장마가 끝난 9월 어느 날 하늘. 그치려나 싶던 비가 멎고 홍해가 갈라지듯 구름이 열어젖히는 틈이 푸르디 푸르다. 아들이 찍은 사진. 그 아이의 기쁨과 함께 하고파 그렸다. 

 

'너는 해바라기처럼 웃지 않어도 좋다

배고프지 나의 사람아

엎디어라 어서 무릎에 엎디어라'

 

이용악의 시, '장마 개인 날'. 김용택은 《머리맡에 두고 읽는 시》에서 '배고프지'는 동물적인 굶주림이나 허기가 아니라지만 나는 이 싯구를 읽으면 "엄마, 밥 줘"하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배가고픈데 와서 무릎에 엎디어라 하는 가난한 시인의 맘이 아프기도하다. '해바라기처럼 웃지 않어도', 심통을 부리고 뚱하니 핸드폰만 들여다 보며 대꾸가 없어도, 안경도 벗지 않고 자고 있어도 그냥 좋기만한 존재, 나의 아들. 저녁 때가 지나 헐레벌떡 들어가며 자주 하게 되는 말 "배고프지, 조금만 기다려." 그래서인가보다. 

 

하늘을 그리다가 문득 이 시가 떠올라 그림 제목으로 삼았다. 

 

'하늘이 해오리의 꿈처럼 푸르러

한 점 구름이 오늘 바다에 떨어지련만

마음에 안개 자옥히 피어오른다'

 

'해오리'를 그저 해오라기 새려니 생각했다. 물론 여러 가지 뜻에서 '해오라기'가 맞겠으나 이 해오라기를 닮은 꽃의 이름도 '해오리'라는 것을 알았다. 7-8월에 피는 해오리는 해오라기가 날개를 펴고 나는 것과 같은 모양의 하얀 꽃이다.  해오라지 난, 해오라비 난초라고도 한다. 

해오리난 :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lsk9392/80022677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