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쉬샐러드

뉴욕 클로이스터에서

빨간차무다리아줌 2021. 1. 14. 19:08

2015년 4월 19일 오후 4시 44분에 뉴욕 클로이스터에서 찍은 사진의 부분을 그렸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예수을 안고 있는 성모를 둘러싼 세 여인과 제자요한을 부조한 청동 작품이었다. 아마도 마리아 막달레나가 아닐까. 왼쪽 구석에서 예수를 바라보며 울음을 참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아름답고도 슬픈 얼굴을 그려낼 수가 없구나. 이 그림은 성화가 아니다. 나는 뉴욕 클로이스터에 엄마와 함께 있었다. 엄마의 세례명은 마리아 막달레나. 청동의 매끄러운 금속성을 부정하면서 캔버스를 거칠게 마련했다. 색을 입히느라 붓이 여러 개 망가졌다. 때론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고 때론 포기하고도 싶었다. 무지한 내 솜씨도 원망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어둠 속에 한 줄기 위로의 빛이 부서져 내려 앉을 수 있기를. 아니, 험난하기만한 삶을 한결같이 비추던 그 빛을 마침내 만질 수 있게 되기를. 2021년 공황장애와 사는 나의 불안을 꺼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youtu.be/iWYdl5OkvSk 

함께 듣고 싶어 링크한 조성진이 연주하는 리스트의 위로(Liszt  Consolation no.3 in D-flat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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