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페리의 두 번째 작품(1931년). 보영 리 아뜰리에 고급반 선생님들이 준비하고 있는 내년 프랑스 비엔날레 출품 주제가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 인쇄돼 날아 온 속지를 보니 작품을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어떤 책으로 읽어볼까 싶어 동네 도서관에 있는 <<야간 비행>>을 빌려 첫 문장을 비교해 보았다.
1. 민희식 옮김, 큰글(큰글자도서), 2012.
비행기 기체 밑에 보이는 야산들이 벌써 황금빛 저녁노을 속에 그 그림자가 짙어가고 있었다. 평야가 반짝이기 시작했으며, 그것은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는 반짝임이었다. 이 지방에는 겨울이 지나도 눈이 오랫동안 평야에 남아있는 것처럼, 평야에 저녁 황금 노을도 오랫동안 남아있게 마련이다.
먼 극남 지방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서 파타고니아 선 우편 기를 조종해 온 조종사 파비앙은 항구의 수면처럼 주위의 조용함과, 평온한 구름이 그려내는 약간의 잔주름의 표징으로써, 황혼이 가까웠음을 아는 것이었다. 그는 방금 널찍하고 행복한 물굽이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 고요함 속에서 그는 자기가 목자같이 느릿느릿한 산책을 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목민들은, 천천히, 이 양 떼로부터 저 양 떼로 돌아보고 다니는데, 하늘의 산책자인 파비앙은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가는 것이기에 말하자면 작은 도시의 목자인 것이다. 두 시간마다 그는 큰 강기슭에 와서 물을 마시든가, 들판의 풀을 뜯어먹고 있는 도시들을 만나곤 하는 것이었다.
때로는 바다 위보다도 더욱 인적이 드문 스테브(草原)를 백 킬로미터나 지나간 뒤에 외로이 길 잃은 사람 같은 농가 한 채가 서 있는 것을 만나기도 했다. 그가 비행기 날개를 흔들어 인사를 하며 지나갈라치면 ,이 배처럼 보이는 외딴 집은 목장의 출렁이는 물결 속에 사람의 짐을 뒤로 실어가는 것 같았다.
2. 용경식 옮김, 문학동네, 2018.
비행기 아래로 보이는 언덕들은 벌써 황금빛 노을 속에 골마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들판은 아직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눈부신 빛으로 환했다. 이곳의 언덕과 들판에는 겨울이 끝났어도 여전히 눈이 남아 있듯이 황금빛 노을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남쪽 끝 파타고니아에서 우편기를 몰고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오던 파비앵은 항구의 바닷물을 보고 저녁 무렵임을 알아차렸다. 평온한 구름들이 물살 위에 살짝 만들어놓은 가벼운 주름이 밤이 다가온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거대하고 행복한 정박지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런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자신이 목동처럼 천천히 산책을 하는 중이라는 착각을 했을 수도 있다. 파타고니아의 목동들이 서두르지 않고 가축들 무리 사이를 이동해가듯이, 그는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옮겨가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는 는 소도시들 사이를 지나가는 목동이었다. 그는 강가로 물을 마시러 오거나 들판에서 풀을 뜯는 가축들을 두 시간에 한 번쯤 마주치곤 했다.
이따금 바다보다 더 사람이 없는, 백 킬로미터에 걸친 초원 지대를 지나다 버려진 농가를 만나기도 했는데, 그것은 마치 인생이라는 짐을 실은 채 초원의 일렁이는 물결 속에 뒤처진 한 척의 배처럼 보여, 그는 날개를 움직여서 그 배에 인사를 보내곤 했다.
3. 허희정 옮김, 웅진씽크빅, 2008.
비행기 아래로는 벌써 황금빛 석양 속으로 구릉의 그림자가 짙어져 밭고랑을 지듯 펼쳐졌고, 들판은 오래도록 스러지지 않을 빛으로 환하게 밝았다. 이 지방에서는 이울어가는 겨울에도 하얀 눈이 남아 있듯, 대지의 황금빛 저녁놀이 늦도록 불타올랐다.
남극지방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파타고니아선 우편기를 몰며 날아오는 조종사 파비앵은 마치 항구의 바다 물결과 같은 신호로, 즉 이 고요함과 잔잔한 구름이 살며시 짓는 가벼운 파문으로 밤이 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거대하고도 행복한 정박지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 고요한 속에서는 마치 목동이라도 된 양 느릿느릿한 산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목동들은 느긋하게 한 무리의 양 떼로부터 다른 무리로 이동한다. 그는 한 도시에서 다음 도시로 이동했고, 작은 도시들은 그가 지키는 양 떼였다. 두 시간마다 그는 강가에서 목을 축이거나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 떼와 마주쳤다.
때로 그는 바다보다도 인적이 드문 대초원을 백 킬로미터 지나 외딴 농가와 마주하기도 했는데, 그건 마치 인생이라는 짐을 싣고 대초원의 출렁이는 물결 속에서 뒷걸음질 쳐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 그는 배에게 인사하듯 비행기 날갰짓으로 인사를 보냈다.
4. 박상은 옮김, 푸른숲주니어, 2014.
비행기 아래로 황금빛 저녁노을이 펼쳐지며 산골짜기마다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들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빛깔을 머금은 채 환히 빛났다. 이 마을에는 겨울이 다 지난 뒤에서 한참 동안 들판에 남아 있는 눈과 같이, 황금빛 저녁노을이 하늘에 오래오래 여울져 있었다.
남극 지방에서 부노스아이레스까지 파타고니아 노선 우편항공기를 모는 조종사 파비앵은 이미 저녁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것은 항구에 서서히 차오르는 물같이 고요하게, 잔잔한 구름이 만들어 놓는 잔주름처럼 어슴푸레하게 윤곽을 드러냈다.
드디어 그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드넓은 정박지로 진입했다.
파비앵은 깊은 고요 속에서 자신이 목동이 되어 느긋하게 산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파타고니아의 목동들이 이 양 떼에서 저 양 떼로 천천히 옮겨 다니듯이, 파비앵은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겨 다니는 도시의 목동인 셈이었다. 그느 두 시간마다 규칙적으로 강가에 물을 마시러 가거나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 떼를 바라보았다.
바다보다 인적이 드문 대초원을 100여 킬로미터쯤 지나다 보면, 이따금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농가를 만나기도 했다. 비행기 뒤로 사라져 가는 그 농가의 모습은 마치 초원의 넘실거림 속에서 인간이 져야 할 삶의 무게를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배처럼 보였다.
파비앵은 그 외로운 배를 향해 비행기 날개를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
5. 윤정임 옮김, 더클래식(미르북컴퍼니), 2014.
비행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야산들은 황금빛 저녁노을 속에 짙은 그림자를 뱃길처럼 새겨 넣고 있었다. 들판을 환히 비추는 저녁노을은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았다. 겨울이 다 가도록 눈이 쌓여 있듯, 이곳의 들판에는 저녁노을이 오래도록 물들어 있었다.
남극지방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파타고니아선 우편기를 몰고 오던 조종사 파비앵은 고요한 구름이 만드는 적막과 가벼운 굴곡을 타고 저녁이 항구 주변의 잔물결처럼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거대하고 행복한 정박지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그 적막 속에서 양치기처럼 천천히 산택을 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양치기들은 서두르지 않고 이리저리 양 떼들 사이를 걸어 다닌다. 한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옮겨 다니는 파비앵은 작은 마을들을 지키는 양치기인 셈이다. 두 시간마다 그는 강가로 물을 마시러 가거나 들판에서 푸을 뜯는 양떼를 마주치곤 했다.
이따금 바다보다 인적이 드문 초원을 몇 백 킬로미터씩 지나다 보면 외딴 농가를 만나기도 하는데, 농가는 마치 출렁이는 초원의 물결 속에 인간의 삶을 싣고 뒤로 휩쓸려 가는 배처럼 보였다. 그럴 때면 그는 비행기 날개를 움직여 그 배에게 인사를 했다.
6. 5번의 책이 제공하는 부록 : 영문판 <<Night Flight>>
Already, beneath him, through the golden evening, the shadowed hills had dug their furrows and the plains grew Luminous with long-enduring light. For in these lands the ground gives off this golden glow persistently, just as, even when winter goes, the whiteness of the smow persists.
Fabienm the pilot bringing the Patagonia air-mail from the far south to Buenos Aires, could mark night coming on by certain signs that called to mind the waters of a harbor-a calm expanse beneath, faintly rippled by the lazy clouds - and he seemed to be entering a vast anchorage, ans immensity of blessedness.
Or else he might have fancied he was taking a quiet walk in the calm of evening, almost like a shepherd. The Patagonian shepherds move, unhurried, from one flock to another; and he, too, moved from one town to another, the shepherd of those little towns. Every two houes he met another of them, drinking at its riverside or browsing on its plain.
Sometimes, after a hundred miles of steppes as desolate ase the sea, he encounterted a lonely farm-house that seemed to be sailing backwards from hom in a great prairie sea, with its freight of human lives; and he saluted with his wings this passing ship.
7. www.ebooks-bnr.com에서 서 다운로드한 PDF : 불문 <<Vol de nuit>>
Les collines, sous l'avion, creusaient déjà leur sillage d'ombre dans l'or du soir. Les plaines devenaient lumineuses mais d'une inusable lumière : dans ce pays elles n'en finissent pas de rendre leur or de même qu'après l'hiver, elles n'en finissent pas de rendre leur neige.
Et le pilote Fabien, qui ramenait de l'extrême Sud, vers Buenos Aires, le courrier de Patagonie, reconnaissait l'approche du soir aux mêmes signes que les eaux d'un port : à ce calme, à ces rides légères qu'à peine dessinaient de tranquilles nuages. Il entrait dans une rade immense et bienheureuse.
Il eût pu croire aussi, dans ce calme, faire une lente promenade, presque comme un berger. Les bergers de Patagonie vont, sans se presser, d'un troupeau à l'autre : il allait d'une ville à l'autre, il était le berger des petites viles: Toutes les deux heures, il en recontrait qui venaient boire au bord des fleuves ou qui broutaient leur plaine.
Quelquefois, après cen kilomères de steppes plus inhabitées que la mer, il croisait une ferme perdu, et qui semblait emporter en arrière, dans une houle de prairies, sa charge de vies humaines, alors il saluait des ailes ce navire.
어둠이 차오르는 시간(밤비행에 대한 예고)임을 체감하게 해주고 남극이 아니라 남아메리카 끝 지방인 파타고니아의 지형을 잘 보여주는 표현(산과 황금빛 초원의 대비), 목동처럼 산책하는 대목에서 보이는 약간의 뉘앙스, 넘실 거리는 초원에 문득 보이는 농장을 바닷물결에 표류하는 배에 비유하는 장면 묘사... 용경식 선생님 번역으로 읽어보기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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