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쓰는 용기, 정여울 글, 이내 그림, 김영사, 2021.

빨간차무다리아줌 2023. 12. 7. 15:39

점점 소심해지고 움츠려 들기만 한 때, 괜찮다고 다시 해 보라고 말해 준 책. 특히 도서관 일을 좋아하는 내게 '사서의 눈으로 책을 보는 것'을 알려주는 책. 나는 '사서의 눈을 가진 작가'일 순 있어도 '작가의 눈을 가진 사서'일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게 해 주는 책. 

134쪽 끝없이 취재를 게을리하지 않는 탐구정신에서 글쓰기는 시작됩니다. 읽기와 듣기에서 여행과 인터뷰까지 부단히 조사하고 발견하고 연구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작가입니다.

136쪽 도서관 안에서 우리는 사서의 눈으로 책을 볼 수도 있어야 하고, 문헌학자의 눈으로도 책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사서의 눈으로 본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이 책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소중히 여기는 감각을 말하는 거예요. 이 책은 어떤 사람에게 필요하겠구나,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감식안이 생길 때까지 수많은 장서를 소중히 아끼며 읽어 내려가는 것이지요. 문헌학자의 시선으로 자료를 본다는 것은 무엇이 중한지를 감별해내는 시선을 말하는 거예요. 남들은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아주 후미진 문서들 속에서도 엄청나게 중요한 문장이 숨어 있을 수 있거든요. 머리에 불이 붙어서 미친 듯이 괴로워하며 연못을 찾는 심정으로 그렇게 자료를 찾아야 해요. 그것이 문헌학자의 태도이지요.

도서관에서 저는 아주 친절한 사서이자 날카로운 감식안을 지닌 문헌학자가 되어 자료를 찾아 헤맸어요. 마치 탐험가 같았죠. 그 과정이 아무런 조건 없이 즐거웠어요. 좋은 책을 발견하면 뛸 듯이 기뻤고요. 제가 읽은 책이 기대만큼 좋지 않아도 반드시 얻는 것이 있었어요. (...) 

137쪽 (...) 도서관에서 제가 배운 건 '모든 책을 존중'하는 태도였습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라도 뭔가 배울 것이 있었어요. 위대한 책들은 단 한 페이지도 버릴 것이 없었고요. 지식을 소중히 여기는 법, 한 문장 빠짐없이 되새겨 읽는 법,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지은이가 기울인 노고를 상상하는 법, 그것을 배운 것만으로도 도서관에서의 1년은 멋진 체험이었지요. 

44쪽 글쓰기 안에서는 내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믿어야 합니다. 

45쪽 Serendipity, 우연한 발견... 목표를 세우고 결과를 바라는 게 아니라 열심히 무작정 자료를 찾다가 '아, 유레카!'하고 우연한 발견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