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50

Dune 읽기 시작

남편하고 아들과 함께 영화 을 재밌게 봤는데, 아들이 용돈을 모아 그 전집을 어버이날 선물로 안겨주었다. 도서관에서 보면 나이 있는 사람들이 대하소설을 열심히들 빌려 읽는 건 보았지만 난, 이런 긴 글은 좀 힘든데. 하지만 누군가는 이 전집을 열심히 대출해 읽는 것도 보았으므로 그래, 언제가 되었든 다 읽는 날도 오리라며 짬짬이 읽기 시작했다. 1권 235쪽) 위대함이란 덧없는 것이다. 위대함은 결코 지속적이지 않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신화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상상력에 의지하고 있다. 위대함을 경험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속해 있는 신화에 대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투영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야 하고, 강한 냉소적인 감각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를 자신이 표방하는 모..

일상다반사 2023.10.05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 박찬국 지음, 21세기 북스, 2021.

멍한 하루였다. 사거리에 서서 어느 길로 가야하나, 표지판이 될 단서 하나라도 보이길 바라며 두리번 거리고 있달까. 그늘 하나 없이 햇볕은 내리쬐고 이마에선 식은 땀이 흐르는데 발은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냥 저냥 책을 읽다가 '선'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에 옮겨본다. 227-228 은총처럼 주어지는 무의 상태에 있는 사람만이 온전히 이기심을 극복할 수 있으며, 그리스도교나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웃을 제 몸처럼 사랑할 수 있고 보살의 자비행을 행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욕망에 쫓기면서 내적인 결핍감에 시달리는 사람은 타인들을 결코 사랑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쇼펜하우어는 의지의 부정이야말로 절대 선, 최고선이라고 본다. 일상적인 세계에서 '선gut'은 '욕망에 부응하는' 것이고,..

일상다반사 2023.09.22

아줌마는 이제부터 작가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그런 사람들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예술가'가 부러웠다 하지만 너무나 평범한 나는 그와는 거리가 꽤나 먼 사람이었다 그냥 무언가 쓰고 싶었다 오래된 꿈 꿈이라 말하기엔 너무나 게으르고 쉽다 참 오래 된 생각이었다 무얼 쓰고 싶었던 걸까 그걸 찾아가고 있었는데 정말 우연히 그리고 운좋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아줌마 26년차 이제부터 나는 작가다. https://brunch.co.kr/@radis

일상다반사 2023.07.24

<나에게 던진 질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끝과 시작>>, 문학과지성사, 2007에서

나에게 던진 질문 미소 짓고 , 손을 건네는 행위, 그 본질은 무엇일까?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순간에도 홀로 고립되었다고 느낀 적은 없는지? 사람이 사람으로부터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듯. 첫번째 심문에서 피고에게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는 법정에 끌려나온 듯. 과연 내가 사람들의 모든 걸 헤아릴 수 있을까? 책을 펼쳤을 때 활자나 판형이 아닌 그 내용에 진정 공감하듯이. 과연 내가 사람들의 모든 걸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럴듯하게 얼버무리면서 대충 대답을 하고, 손해라도 입을까 겁에 질려 솔직한 고백 대신 번지르르 농담이나 늘어놓는 주제에. 참다운 우정이 존재하지 않는 냉혹한 세상을 탓하기만 할 뿐. 우정도 사랑처럼 함께 만들어야 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혹독한 역경 속에서 발맞춰 걷기를 단념한 이들도 ..

일상다반사 2022.09.14

고흐의 빈의자, <<인공지능과 흙>>, 김동훈, 민음사, 2021.

Un jour ou un autre je crois que je trouveras moyen à faire une exposition à moi dans un café. (언제가 되든 카페에서 내 전시회를 열 방법을 찾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날은 여름이고, 구경하는 사람은 많고, 방은 정말 작고, 한참을 걸어 올라와 연세 드신 분들은 정말 힘들 것이라고 이해는 했지만, 그 작은 방 가운데 놓인 저 빈의자 위에 한 아줌마가 털썩 주저 앉아 땀을 닦았다. 그냥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나는 작은 공감 상태에 있었어서,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그 '빈의자'에 대한 글을 만났기에 여기에 옮겨본다. -------------------- 고흐의 '빈 의자' : "나는 세상에 빚과 책임이 있다!" (29..

일상다반사 2022.03.19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재영 책수선 지음, 위즈덤하우스, 2021

도서관 책수선 동아리에 들어갔다. 내가 선착순의 기회를 잡는다는 건 나의 바람과 미래가 객관적 우연처럼 일치하는 순간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디지털 세상으로 이사하고 있는 시점에 책이라는 존재가 점점 애틋하게 느껴진다. 책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스캔하고 파일로 저장하는 방법으로 물질적인 공간 부족을 해결하려고 했다. 정말 많은 책들을 파괴했다. 버렸다. 종이니까 재활용되는 줄 알았는데 지난 3주간의 책수선 수업을 듣고 보니 책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폐품으로 팔 수는 있다. 그동안 나의 행동이 갑자기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미안한 마음으로 요즘 한 장, 한 권 붙여 보수하는 일에 점점 열심이다. 어서 빨리 '버리자', '비우자'며 조바심 내던 나..

일상다반사 2021.12.26

감염도시의 교육불평등, 이시효, 학이시습, 2021.

https://youtu.be/FUXT_m6nzhg 마포중앙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고 오늘 받아 보았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책을 사서 볼 수 있다. 공공도서관은 모두에게 골고루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준다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책을 사서 볼 수 있는 이들의 도서관 이용률이 더 높다. 10분 걸어서 가 닿을 수 있도록 도서관을 짓는다지만 도시 이야기이고, 도시 중에서도 아파트가 많은 신도시 이야기인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에서 하던 독서돌봄이나 50+에서 한 작은도서관 활동가 과정에서 들었던 강의에서 강사 선생님들은 공공도서관에 포섭되지 못한 사립작은도서관 활동가들이었는데 그들이 상대하는 사람들에게 꼭 더 필요한 일들을 사비를 털어 가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오로지 사명감 하나로 일하던 사람들이었..

일상다반사 2021.12.05

River flows in you(너의 마음 속에 강이 흐른다), Yiruma(vocal.Ruvin)

https://youtu.be/qJagq5pMRRE 세상에서 제일 천재는 음악가가 아닐까? 안 틀리고 한 곡을 다 쳐보고 싶다... 연주곡 뿐만 아니라 노래도 있어서 업어왔다. 너를 위한 길이 하나 있다면 그건 지금 바로 너 안에 있어 그렇게 더 견뎌낼 수 있다면 이곳에 너의 모든 걸 맡겨 봐 Holding you holding you It's in you river flows in you 천천히 더 천천히 네 맘속엔 강은 흐르고 Holding you holding you It's in you river flowes in you 기다림 그 기다림 끝에는 내가 있을까 널 향해 내 맘을 던지고 싶어 언제나 내가 널 느낄 수 있게 그렇게 더 견뎌낼 수 있다면 이곳에 너의 모든 걸 맡겨 봐 Holding you..

일상다반사 2021.11.30

담배가게 소년, 로베르트 제탈러 지음, 이기숙 옮김, 그러나, 2017

'할머니 담배 태시던 시절'이라는 말이 제목같이 머리 속에 맴돌았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도서관 검색 창에 '담배'를 처 보았더니 '담배'가 들어간 제목의 책이 생각 보다는 많았다. '엄마'나 '사랑'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책의 숫자에 비하면 작은 편이긴 하지만. 인터넷도 검색해 보았다. 호기심을 끄는 제목이 있었다. . 2018년 부천국제영화제의 플래시포워드●에 초청된 영화라고 한다. 이를 본 사람들의 영화평 블로그는 있는데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은 찾을 수가 없어서 무턱대고 유튜브를 검색했더니 볼 수는 있긴 있었는데 흠, 한글 자막이 없었다. 불어나 영어면 다는 알아 듣지 못해도 흐름은 따라 갈 수 있을텐데, 대사가 독일어다. '당케 쇤', '아우프 피더젠' 말고는 들리는 말이 없을 거다. 희한..

일상다반사 2021.10.29

창조행위란 무엇인가, 질 들뢰즈, 1987년 Femis 강의

https://youtu.be/2OyuMJMrCRw Qu'est-ce que l'acte de création? par Gilles Deleuze sous-title français / sub. French 오징어 게임 리엑션들과 기사를 보다가 작년 9월 이진아 도서관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김시열 선생님의 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미국의 역사가 짧다고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미국은 오랜 시간 이어진 유럽 문화의 우듬지라고했다. 한편 우리 나라의 경우 오랜 시간 축적된 동양 문화의 우듬지이면서 동시에 우듬지로서의 미국 문화의 우듬지라고 했다. 문득 아주 오래전 프랑스인 친구 엘리자베스와 '예술이 뭐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나눔이 생각났고 그 때 떠올렸던 질 들뢰즈의 강의 내용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일상다반사 202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