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덥고 밥을 먹으니 온몸이 노곤해 의자를 젖히고 앉았다. 10분 정도 쉬었다 나가자. 밖은 집들을 짓느라고 시끄러워 귀에 버즈를 꽂는다. 적당한 곡이 떠오르지 않을 땐 알고리즘에 의지한다. ‘Feel so good’ Chuck Mangione의 곡이 떠 있다. HQ라 붙은 리마스터된 9분 33초짜리다. 딱 좋아. 한 줄기 바람이 들려 온다. 눈을 감는다. 작정하고 긴장을 풀고 늘어지기로 한다. 소리가 참 좋아. 톡톡 튀는 드럼과 심벌즈 소리, 찰랑찰랑하는 기타 소리, 기분 좋은 리듬... 나의 사춘기는 이르고 길었다. 저녁을 먹으면 어디로든 들어가 박혀 있고만 싶었다. 식구가 많아 혼자 있을 곳이 없었던 때 쌀이나 잘 안 쓰는 물건을 쌓아 놓는 부엌방이 있었다. 겨울에도 불을 때지 않아 추운 그곳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