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라는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알던 프리츠 랑 감독의 영화 <단 하나뿐인 삶>. 제목이 얼마 전까지도 많이 들리던 말 YOLO다.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때가 아니었으니 꽤 오래 전에 구입한 DVD다. 인터넷에 '욜로'를 물으니, '한 번 사는 인생을 즐기자'는 뜻이라 풀어준다. 그런데 DVD 케이스 뒷면에는 이렇게 써있다.
사형집행을 앞둔 사형수 테일러의 눈을 통해 본 현실사회에서의 범죄 전과자들에 대한 냉대를 비판한 작품.
줄거리는 또 이렇다.
테일러는 감옥에서 가출옥 하여 관선 변호인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애인 에디와 결혼하여 단란한 가정을 꾸미며 살아가지만 집 주인은 테일러가 전과자인 관계로 내치고 만다. 그는 택시기사로 일하지만 직장에서도 전과자로 낙인 찍혀 이유없이 해고되고 사회의 냉대에 대한 반항심을 갖게 된다. 테일러는 은행의 현금 수송차량을 강탈하고 아내를 찾아가 자신의 범죄를 누명이라 속이던 중 경찰에게 체포된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사형집행을 대기하던 테일러는 착한 아내를 꼬드겨 교도소 내에 권총을 반입하여 박사를 인질로 잡고 탈출하여 에디와 도주 하지만 경찰의 수사망은 좁혀만 온다.
'인생을 즐기자' 가 아닌데? 그래서 봤다. 그리고 줄거리를 써놓은 사람의 무성의함에 주인공 테일러 안에서 순간 끓어오르던 그 분노가....
일단 '단란한 가정을 꾸미기'를 원했지만 시작도 못해보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집주인이 쫓아내는 게 아니라 호텔인지 숙소 주인이 쫓아낸다. 택시기사가 아니라 화물기사로 일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반항심을 갖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가 전과범이 될 수밖에 없던 과정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버젓이 테일러를 주어로 은행 현금 수송차량을 강탈한다고 문장을 썼는데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떠보려 한 것인지, 현금 수송차량 강탈 사건이 벌어질 때 숨어서 기회를 보고 있는 남자의 불안하게 번뜩이는 눈을 보았고 복면을 쓴 모습을 보았을 뿐이다. 아내를 찾아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누명을 썼다고 흥분해 말하는 중에 경찰에 체포되는데 '아내를 속이던 중'이라고 했네. 교도소에 수감되고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기까지 법절차가 너무나 신속해 놀란다. 인혁당 사건을 듣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느낌. 그래, 1937년 영화다. 우리 나라는 일제 강점기, 중일전쟁이 시작되고 곧 세계대전이 시작될 즈음이다. 암튼 그렇다. 점점 가관이다. '착한 아내를 꼬드겨' . 영화를 보고나면 오히려 이 여자 주인공이 정말 용감하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저 착하고 나약하기만 한 인물이 아니다. 그리고 테일러는 그의 아내를 꼬드기지 않았다. 테일러와 에디는 그저 남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유일한 길을 따랐을 뿐이다.
사실, 얼마 전에 읽은 김영하의 글 <<단 한 번의 삶>>을 읽었어서 보게 된 영화였다. 그가 인용의 인용을 한 말,
누구나 수천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결국에는 그중 단 한 개의 삶만 살게 된다.
그리고 월든이 했다는 말,
대다수의 사람들은 조용한 절망 속에서 살아간다
는 말을 인용하면서 자기가 글을 쓰기로 마음 먹게된 까닭을 이렇게 얘기한다.
원래 나는 '인생 사용법'이라는 호기로운 제목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내가 인생에 대해서 자신 있게 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내게 '단 한 번의 삶'이 주어졌다는 것뿐, 그리고 소로의 단언과는 달리, 많은 이들이 '단 한 번의 삶'을 무시무시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런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적기로 했다. 일단 적어놓으면 그 안에서 눈이 밝은 이들은 무엇이든 찾아내리라. 그런 마음으로 써나갔다.
테일러와 에디는 단 한번밖에 주어진 그들의 삶을 춥고 배고프게 도망치다가 경찰의 총에 맞고 마친다. 북콘서트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 마음이 슬펐다. 운전을 했다. 잘 모르는 길 네비에 의존해 가다가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직진 차선에 섰다. 10-20미터 안에 왼쪽 좌회전 차선으로 끼어들어야 한다. 뒤에 달려오는 차를 향해 깜빡이를 켰다. 나를 껴줄까? 이러다 사고는 내지 말아야하는데. 오던 차가 작은 틈을 내 주고 속도를 줄여 준다. YOLO는 이럴 때 상기해야 할 말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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