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책 청소

빨간차무다리아줌 2025. 9. 18. 12:08

요즘, 수다 떨 사람 아니면 웬만하면 톡을 하던가 메시지를 하지 전화는 하지 않는데, 어쩌다 전화할 일이 있어 준비하다가 밖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기계 소리 때문에 결국 하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딴짓으로...!
프랑스식 반양장으로 제본된 책을 집어 들었다. 정말 오래전 학생 신분에 거금 들여 산 책이었다. 다 읽지는 않고 달랑 사진 한 장 보고 생시르라포피라는 곳을 찾아갔었지. 때가 잔뜩 묻은 책표지 닦아야겠다 싶어 보니 코팅이 안 되어 있고, 지우개로 지우긴 조심스러운 마음에 전문 장비를 꺼냈다. Document Cleaning Pad, 결국 지우개 가루 든 오재미 주머닌데 수입이라 아줌마가 덜컥 사긴 쉽지 않았지만 난, 그래도, 책 고치는 사람이야, 하고 준비한. 이렇게 청소를 해주고 뜯어서 다시 튼튼하고 예쁘게 제본할 거다. 책들이며 물건들 줄이고 버려야 한다고 난리인데 왜 이러고 있나 싶지만, 버려도 보고 팔아도 보고 스캔해서 클라우드에 외장하드에 저장도 해보고 이리 궁리 저리 궁리해도 살아 있는 한 늘어나기만 하는 게 책이다 보니 정리 다 못 하고 죽으면 한꺼번에 버려지더라도 기억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 그래도 한달까. 
"책(冊)만은 '책'보다 '冊'으로 쓰고 싶다. '책'보다 '冊'이 더 아름답고 더 책답다. 책은 읽는 것인가? 보는 것인가? 어루만지는 것인가? 하면 다 되는 것이 책이다. 책은 읽기만 하는 것이라면 그건 책에 대한 너무 가혹하고 원시적인 평가다. 의복이나 주택은 보온만을 위한 세기는 벌써 아니다. 육체를 위해서도 이미 그렇거든 하물며 감정의, 정신의, 사상의 의복이요 주택인 책에 있어서랴! 책은 한껏 아름다워라. 그대는 인공으로 된 모든 문화물 가운데 꽃이요 천사요 영웅이기 때문이다." (이태준, '冊' 중에서, 《무서록》, 박문서관, 1941. -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도록, 국립현대미술관, 2021, 240쪽.)